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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행문] 100명산 34 지리산 천왕봉에 다녀와서
글쓴이 : 이상호목사 날짜 : 19-07-05 18:57 조회 : 68

양지코너(1283)/ 이상호 목사                           


지리산 천왕봉에 다녀와서


익산의 등산가 최윤식 목사로부터 전화가 왔다.

"이목사 지리산 가는 게 소원이라고 했는데 같이 갑시다."


최목사가 얘기하면 뭔가 있다. 비가 와서 계곡에 물도 많고 장마기간이지만 천왕봉 일출도 가능할 것이다. 100대 명산 1호, 남한 육지의 최대, 최고의 산이 지리산이다. 해발 1,915m, 국립공원 지정도 1호이다. 좋다. 지리산 묵언수행으로 영성훈련을 하자. 일생에 버킷리스트중 하나인데 기회가 계속 있는 건 아니다. 큰 산은 안내와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100대 명산에 도전하여 32번째로 지리산을 오르게 됐다.


7월 첫날 오전 9시 익산에서 최목사와 합류하여 10:50 경남 함양 백무동을 들머리로 계곡과 능선을 따라 천천히 쉬면서 걸었다. 5.8km거리를 점심먹고 천천히 올라가니 오후 4:45, 장터목 대피소에 도착하여 1박을 하기로 하고 들었다.


날씨는 춥고 안개와 이슬비가 내려 질척인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산에서 숙박을 하는 것이다. 최목사가 방도 잡아주고 밥하는 도구도 갖추셔서 맛있는 저녁을 해먹었다. 온수나 샤워시설이 없기에 씻지도 않은 채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몸은 몹시 피곤하고 다리는 뻐근한데 잠이 오지 않는다. 자주 멀리 화장실에 드나들며 거의 잠을 이루지 못한 채 2일 새벽 3시 기상하여 3:30에 1.7km 천왕봉에 오르기 시작했다. 최목사는 안내와 친절로 이마에 렌턴도 주셔서 오를 수 있었다.


산을 찾는 사람들은 영성생활을 하는 것 맞다. 특별히 할 일이 없다. 그냥 자연과의 대화가 전부이다. 치약, 비누, 세재를 쓸 수 없고 무엇이든 서로 나누며 도우며 기도할 일 밖에 없다. 그리고 모두 부지런하다. 보통 새벽 2시, 3시에 일어난다. 그리고 걷는다. 삶은 단순한 원시생활이다. 멀리 물을 긷고 화장실도 멀고 침실도 군대 막사 같은 곳에서 1장에 2천 원씩 모포를 구입하여 잔다.


제석봉을 지나 가파른 정상에 다다르니 환상적인 일출이 시작됐다. 옅은 구름이 있어서 더욱 멋진 일출이다. 감사의 기도를 드리고 황홀경을 만끽하다가 다시 장터목 숙소에 들었다. 아침을 해먹고 천천히 연하봉과 촛대봉을 지나 세석대피소에 이르렀다. 화창한 날씨에 등산하기 참 좋다. 3.4km 비교적 짧은 거리인데 천천히 체력을 안배하며 걸었다. 오늘도 6.8km를 걸었다. 세석에서 점심을 먹고 하산해도 되는데 최목사의 계획은 쉬다가 저녁엔 석양과 별사진을 찍는 것이었다. 그러나 석양과 별은 구름 때문에 볼 수 없었다. 묵상과 쉼, 단순한 산 생활은 세속을 내려놓고 자연에 순응하는 삶이다.


3일 새벽 4시에 기상하여 4:30, 0.7km 촛대봉에 올랐다. 연하봉 쪽으로 올라오는 일출은 역시 장관이다. 연하봉 일출이 좋다는 얘기가 실감난다. 바위산에서 이곳저곳 둘러보며 세석평전의 아름다움도 천천히 둘러보았다.


컵라면 정도는 대피소에서 구입할 수 있다는 잘못된 정보 때문에 찌개거리가 부족했다. 산사람 최목사님이 라면 1개를 급구해 김치를 넣고 끓여서 마지막 아침을 잘 먹었다. 이제는 하산이다. 들머리였던 백무동길로 넘어가니 급한 경사면이 계속된다. 이 길로 오른다면 도저히 갈 수 없을 뻔하였다. 하산길엔 아내가 무릎을 걱정하여 천천히 내려왔다. 급경사 1.3km 정도 내려오니 걸을 만했다. 가면 갈수록 계곡이 합쳐져 물량이 많아지며 한신폭포, 오층폭포, 가내소폭포, 첫나들이폭포 등 폭포가 많은 한신계곡은 걸을 만 했다. 쉬면서 수건을 계곡물에 적셔 샤워도 하면서 내려오니 6.5km 하산길이지만 약 4시간이 소요됐다. 오늘도 8km는 걸은 셈이다. 사고 없이 모든 일정을 마치고나니 그저 고맙고 감사하다. 지리산에서 유명한 꺼먹돼지로 영양보충을 하고나니 부러울 게 없다.


기독교의 참된 영성은 통전적 영성이다. 곧 영혼의 영성과 육신의 영성, 인간의 영성과 자연의 영성, 개인의 영성과 공동체의 영성, 기도의 영성과 행동의 영성을 모두 아우르는 영성이다. 우리나라 영산 지리산에서 2박3일은 영혼육의 영성과 자연과 공동체의 기도와 묵상과 행동의 통전적 영성훈련이었고 참 행복했다.




천왕봉 일출


이끼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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