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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죄인입니다 / 문익환
글쓴이 : 양지 날짜 : 17-10-18 07:07 조회 : 269
우리는 죄인입니다

- 기장 새역사 30주년에 바치는 시

 

 

문익환

 

 

우리는 죄인입니다

우리는 빚진 죄인입니다

빚을 져도 섬으로 진 죄인입니다

골백번 다시 살며 갚아도 갚아도

다 갚을 길 없는 산더미 같은 빚에 깔려

죽어야 할 죄인입니다

 

하늘의 용서 땅의 용서 없이는

한순간도 숨을 쉴 수 없는

죄인입니다 큰 죄인입니다

 

당신의 부드러운 가슴속에서

고운 인정으로 돋아나는 풀포기들의 푸른 마음

가슴 깊숙이 들여마시면서도

제 잘난 맛에 우쭐대기나 하는

못난 죄인입니다

 

당신의 심장 터지며 쏟아지는 햇살

바다를 붉게 물들이거나

흰 눈 덮인 언덕 위에 금싸래기로 부서지면

아름다운 시나 읊조리는

철없는 죄인입니다

 

지구라는 별이 생기기 수십억 광년 전부터

깜깜한 우주 공간에서 한 순간도 쉬지 않고

숨가쁘게 슬픈 꿈으로 반짝이는 별들을 쳐다보면서

하나에 하나를 더하면 둘이 되는

주판알의 세계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용렬한 죄인입니다

 

우리는 죄인입니다

우리는 빚진 죄인입니다

길가의 풀포기들에게

쏟아지는 햇살에게

슬프디 슬픈 별들에게

산더미 같은 빚을 진

죄인입니다 큰 죄인입니다

 

길을 가다가 우산도 비옷도 없는데

갑자기 비라도 쏟아지면

투덜거리기 일쑤인

하잘것없는 죄인입니다

 

당신이 그 아픈 가슴 찢어발기며

천둥 번개로 분노를 터뜨려도

가슴 한번 덜컹하는 일 없이 태연하기만 한

어처구니없는 죄인입니다

 

오늘도 우리는 아침 점심 저녁 세 끼니

따뜻한 밥을 먹었읍니다

그 쌀 한 톨 한 톨에는

이 땅의 가난한 농부들의 피땀이 배어 있는데

허리 꼬부라진 할아버지들의 한숨이 서려 있는데

갈퀴가 된 손으로 땅을 후비는 아낙들의 한이 베어 있는데

피어 보지도 못하고 시들어 버릴 쪼무라기들의

가슴 메어지는 애타는 염원 하늘에 사무치는데

언제나 남의 밥그릇이 내 밥그릇보다 커 보여서

상을 찡그리는

우리는 어이없는 죄인입니다

빚진 죄인입니다

이 땅의 억울한 저 농민들은

그 끝도 없는 고생을 어디 가서 보상을 받을 겁니까

그들에게 섬으로 진 빚

누가 우리 대신 갚을 겁니까

 

어촌에 가면 독수공방의 외로움 같은 건

차라리 사치인 청상과부들이 많다더군요

찢어진 가난 속에 처자를 남겨 두고

저희의 무덤 출렁이는 파도를 헤치고 나가

죽어 돌아오지 않은 어부들에게 진 우리의 빚은

얼마나 크다고 하면 될까요

그 과부들의 행복을 차압하고 받아 온

조기로 갈치로 대구로 삼치로 오징어로 입맛을 돋구면서

우리는 어쩔 수 없이 빚진 죄인이 되는군요

 

이 땅의 헐벗은 산을 푸르게 옷 입히는데

제일 쿤 공을 세운 것은 아무래도 연탄이지요

그러나 그게 어디 그냥 연탄인가요

그건 광부들의 붉은 목숨입니다

쿵하고 한번 무너지기만 하면

천길 땅 속에 묻힐 줄 알면서

아침마다 마지막 작별을 하고 나서는

광부들의 살덩어리입니다

우리는 그들의 목숨으로 그들의 살점으로

방을 덥히고 밥을 짓고 조기를 구워 먹는 거죠

그런데 우리는 우리가 져야 할 빚을

그들의 어깨에 지우고 있군요

그들은 우리의 빚을 지고 비틀거리며

저 깊은 갱을 내려가고 올라오는군요

 

40도가 오르내리는 공장에서

무좀에게 발바닥을 갉아 먹게 내맡긴 채

기관지염 폐병 관절염 신경통 등 온갖

직업병에 시달리면서 손이 터지게 일하는

입을 가지고도 말 못하는 이 땅의 노동자들에게

섬으로 진 우리의 빚은 누가 갚을 건가요

 

13년 전이었읍니다.

아침에 나올 때면 어머니에게서 뻐쓰 값 30원을

받아가지고 나오지만

그 돈으로 풀빵 서른 개를 사서

점심도 못 먹고 꾸벅꾸벅 졸며 일하는 직공들에게 나누어 주고는

밤마다 20리가 넘는 길을 터벅터벅 걸어들어 가는

젊은 노동자가 있었읍니다

 

그의 이름이 전 태일입니다.

 

마침내 그는 더 줄 것이 없어

제 야윈 몸뚱아리를 힘없는 직공들에게

치솟는 불길로 주었습니다

노동자들의 절망을 불살라 애처러운 희망으로 치솟은 것입니다

 

우리는 그의 앞에서 죄인이 될 밖에 없읍니다

그의 사랑의 불길 앞에서 얼굴을 들 수 없는

죄인이 될 밖에 없읍니다

누더기를 걸치고 잿더미에 엎드려

열흘 보름 서른 날을 울어도 씻을 수 없는

부끄러운 부끄러운 죄인입니다

 

어젯밤 우리의 늙은 스승 김재준 목사님은

기독교장로회를 結果枝라고 하시더군요

열매를 맺는 가지라고 하시면서

조금은 자랑스러우신 것 같았읍니다

열매를 맺는 가지들은

이제 부끄러운 겁니다

 

철을 따라 우로를 내려 주고

뜨거운 햇빛을 쏟아 주는 하늘

밤이면 별빛으로 꿈의 씨앗을 뿌려 주는 하늘을 쳐다보면서

부끄러운 겁니다

 

공장 폐수로 농약으로 썩은 강물이

밤낮없이 흘러 들어도

마냥 푸르기만 한 바다를 바라보아도 부끄럽고

오가는 발길에 채이면서도 거기 그렇게 있는

길가의 조약돌을 만나도

먼지라는 먼지를 다 뒤집어쓰고도

청순한 웃음을 날리는 신작로가에

줄지어 선 코스모스를 보아도

새소리를 들으면서도

오지 않는 제비를 생각하면서도

따뜻한 방바닥을 훔치면서도

유리창을 닦으면서도

화분을 매만지면서도

실밥 터지지 않은 옷을 입고 넥타이 매고

다방에 들러 커피를 마시면서도

우리는 얼굴을 들 수 없는 죄인입니다

 

우리를 튼튼히 세워 주고

고마운 진액으로 자라 열매를 맺게 해주는

우리 모두의 어머니 대지를 굽어보면서 우리는

부끄러울 밖에 없읍니다

 

무엇보다도 눈에 보이지 않는 뿌리들을 생각하며

다리를 후들거리며 부끄럽습니다

농부 어부가 없이 나라라는 게 어디 있읍니까

광부 노동자가 멸시를 받는데 민족이 어디 있읍니까

국회는 행정부는 사법부는 누구를 위해 있는 겁니까

공장은 병원은 학교는 신문 잡지 라디오 언론은

88올림픽은 정치학 경제학은 철학은 언론은

시는 소설은 누구를 위해 있는 겁니까

 

뿌리가 없는데 민중이 없는데

하느님의 나라가 어디 있읍니까

복음은 누구를 위한 것입니까

 

하느님의 나라는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그건 뿌리들의 세계이기 때문입니다

복음은 뿌리들의 복음입니다

뿌리들을 살찌우는 복음입니다

 

강단에도 서고 설교도 하고

노회 총회 총대도 되는 우리 먹물들은

바람에 팔락이는 이파리들이지요

 

햇빛 한번 못 보고 땅에 묻혀 있어야 하는

뿌리들을 생각하며 이파리들은 부끄럽습니다

 

민중의 아픔에는 네편 내편이 없읍니다

민중의 절망에도 네편 내편이 없읍니다

다만 우리의 아픔 우리의 절망이 있을 뿐입니다

그 아픔에서 피어리게 솟아나는

꽃가루 같은 기쁨에도 네편 내편이 없읍니다

그 절망에서 새나오는 호롱불빛 같은 희망에도

네편 내편이 없습니다

 

그냥 돈 안드는 마음을 주고 받을 뿐인

우리의 우리의 우리의 기쁨이 있을 뿐입니다

피멍든 네 가슴에서 동터오는

우리의 우리의 우리의 희망이 있을 뿐입니다

 

우리는 네편 내편 하면서 치고 받는

분단 논리를 거부해야 합니다

그건 비민중적이요 비민족적입니다

그건 반천국적이요 반복음적입니다

 

뿌리들은 땅 속에서 엉켜 있읍니다

소나무 박달나무 자작나무 느릅나무

칡덩굴 머루 다래 뿌리하며

게다가 온갖 풀뿌리들까지

뿌리들은 네 땅 내 땅 하지 않고 엉켜 있읍니다

그것이 바로 뿌리들의 기쁨입니다

 

얽히고 설킨 뿌리들은 갈라 놓으면

아픕니다 죽습니다

그건 뿌리들의 슬픔이요 절망입니다

얽힌 뿌리들

그건 아무도 금을 그을 수 없는

하늘의 마음 바다의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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